어릴적 지나갔던 방앗간, 놀러갔던 친구집, 부모님이 사주신 에이스를 찍어먹던 커피향,,,
혹시 향기로 기억하고 계시진 않은가요?
'기억에 남는 것은 사진 뿐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초 단위로, 어쩌면 그보다 빠르게 미래였던 순간이 우리를 관통해 과거가 되는 순간을 살고 있기도 합니다. 모든 미래를 내다볼 수 없듯이, 모든 과거를 기억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기에 과거가 아름답기도 하고요.
저에겐 시각적인 기억보다 더 강렬한 기억이 몇개 있습니다. 바로 후각으로 기억하고 있는 순간이에요.
어릴적 사촌누나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했던 순간의 방의 냄새
집앞에서 자전거를 탈때 지나갔던 방앗간에서 가끔 났던 고소한 냄새
비오는 날 친구 어머님께서 해주셨던 김치전의 냄새
몇살때인지, 어떤 친구인지 기억은 나지 않아도 저때를 떠올리면 마치 지금도 그때 향기가 나는 듯 해요.
사진보다 더 감정적이고 따뜻했던 기억이라고 할까요?
여러분들도 어떤 순간을 떠올리면 그때 향기가 나는 순간이 있으시죠?
제가 향수 관련 책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실제로 후각으로 기억하는 것이 더 탁월하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해요.
시각, 미각, 촉각, 청각은 간뇌를 거쳐 대뇌로 전달되어 기억되지만, 후각은 중간 과정 없이 대뇌로 전달!
우리가 냄새를 맡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냄새 분자가 기체 상태로 콧속 점액층에 녹아들게 돼요. 이때 점액층에서 냄새는 약 1만 배까지 고농도로 농축되어 후각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고, 후각 수용체가 냄새를 구분해서 대뇌의 안와전두피질로 전기적 신호를 내보냅니다. 그 신호가 안와전두피질에 도착하면 냄새를 느끼게 되는데, 여기가 기억과 감정에 관련 있는 해마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어 저장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매일 생성되는 모든 감정의 75%가 냄새로 인한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는 타인에게 향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여러분께서 이 글을 읽는 그 순간들에도 모든 것들은 과거가 되고 있네요.
혹시...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거나, 오래 기억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으신가요?
그 사람에게 좋은 향으로 다가가세요. 좋은 향을 선물해 보세요.
여러분들의 좋은 모습만큼 좋은 향으로 기억되어 좋은 일이 생길거라 믿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크리스 에반스가 향기에 관해 한 말이 있어 가지고 왔어요.
If you're walking down the street and you smell a scent, it can take you right back to a memorable time in your life, whether it's a moment with an ex-girlfriend or a childhood event.
길을 걷다 향기를 맡으면, 전 여자친구와의 순간이든
어린 시절의 사건이든 여러분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여러분을 바로 데려갈 수 있다